내가 초등학교 6학년 끝무렵에 너를 만났는데
그런 내가 이제 35살이나 되었네
나의 시간도 빠르지만 너의 시간은 더 빠르구나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너가 날 맞이해줬고
야자 끝나고 집에 와도 너가 날 맞이해줬고
야근 하고 집에 와도 너는 한결같이 늘 신발장 앞에서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는데
오늘은 집에 와도 너가 없네..
이렇게 고요하고 적막한데
집안은 온통 너의 흔적들로 꽉 차있어서 더 슬프다..
지금도 내 시야에 너가 안보이니까
그냥 거실에서 밥먹고 있을 거 같고 부르면 방으로 올 거 같아..
병원 갔다오면 씩씩하게 회복하던 너였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오늘은 또 얼마나 싫고 무섭고 고통스러웠을지 생각하니까 너무 힘들다..
내 욕심에 힘든 너를 지금까지 끌고 온 건 아닌가,
반대로 내가 무지해서 너를 더 꼼꼼하게 못 돌봐준건 아닌가..그냥 후회와 미안한 마음뿐이야ㅜ
지금쯤 너는 고양이별에서 엄마 아빠 만나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풀고 있을까?
부디 지금은 편안했으면 좋겠어
거기서는 성분이니 저단백이니 그런거 다 집어치우고 너 먹고싶은 맛있는 거 맘껏 먹어
그동안 잇몸도 아팠는데 거기선 까드득까드득 맘껏 씹어 먹고
소변도 시원하게 봤으면 좋겠고
관절염 때문에 못했던 점프도 힘껏 해서
너가 좋아하는 높은 창가에 누워 낮잠도 실컷 자
잘 해준 것도 없는데
22년동안 나와 함께해줘서 정말정말 고맙고
힘들기만한 내 인생에
너는 유일하게 따뜻하고 부드럽고
조건없는 사랑을 주었던 존재였어
절대 잊지않을게
이제 편히 쉬어
나중에 다시 만날 때 마중나와주면 좋겠다
잘가 토마스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2001년 어느 가을 ~ 2023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