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모든순간들이 행복이란 단어로는 다 담기지 않을만큼 벅차고 눈부셨다.
네가 없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이 감정들을 너로 인해 알게되어 항상 감사했다.
처음부터 우리 아가를 데려올 운명이였는지, 기억도 안날 어린시절부터 하얀 말티즈가 그렇게 예뻤다.
강아지를 반대하던 엄마때문에 항상 하얗고 조그만 말티즈와 함께 사는 상상만을 머리로만 했었다.
그러다 아주 추운 겨울날, 고작 10살정도였던 누나에게 우리 아가가 찾아왔지.
수많은 아기 말티즈들 사이에서 셋째 큰엄마가 너를 빗질하시며 예쁘게 꾸며놓으셨다.
수컷이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는 네가 조금 더 크니까 너를 데려가라고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너무 작고, 예쁘고, 어렸던 네가 나의 눈에는 천사 그 자체로만 보였다
아직 아가라 잠이 많은 너를 빨간 곰돌이 푸가 그려진 조그만 담요로 감싼채 집으로 데려왔지.
차안에서 서로 안아보겠다며 삼남매가 투닥거렸고, 이름을 흰둥이로 짓자는 엄마와 형아 말에 누나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마저도 천사처럼 자는 너를 보며 이름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너무 작아서 가장 작은옷도 맞지 않는 너를 위해 엄마가 고작 7살이였던 형아의 양말을 잘라 옷을 만들어주고, 장난감 박스에 곰돌이 푸 담요를 깔아 너의 집을 대신하였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가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고 딱딱한 사료를 어떻게든 먹겠다고 열심히 씹어삼키는 네 모습도 참 예뻤다.
이미 배변 훈련을 받았던 네가 패드위에 정확하게 쉬야와 응가를 하는 널 보며 우리가 천재 아가를 데려왔구나 싶기도 했다.
처음 네가 짖던날은 온가족들이 너를 스키장에 데려간 날이였다.
네가 워낙 조그맣고 아직 짖는법도 몰라서 직원몰래 리조트 방에 데리고 들어오는건 일도 아니였지.
온종일 스키를 타며 노는것보다 리조트에서 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좋았었다.
그때도 나는 네가 너무 작고 예뻐서 조심스러웠지만 동후형아는 너와 활기차게 노는게 더 재미있었는지 내가 씻으러 간 새에 우리 아가를 또 괴롭혔더라
얌전하고 겁많던 우리아가가 너무 짜증이났는지 처음으로 그렇게 앙칼지게 짖던 모습에 온 식구들이 네가 너무 귀여워 어쩔줄을 몰라했다.
처음 네가 초인종 소리에 반응했던 날에는, 네가 정말 우리집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있는것같아 기특하면서도 저 작은 체구로 우리를 지키겠다는게 너무 귀여워서 일부러 식구들이 초인종을 계속해서 누르고는 했지
본인이 그렇게 짖으면 식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알아차렸는지 더 열심히 짖던 네가 정말 예쁘고 영특했다.
분리불안이 심해진 우리 아가는 가족들이 없는 틈을 타 말썽이란 말썽은 다 부렸을 시절도 있었는데, 엄마가 사다놓은 생 소고기를 배가 빵빵해질 정도로 거의 다 먹어버리고,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져 집안에 흩뿌려놓고, 화장실 발수건에 쉬야와 응가를 해놓고, 누나가 몰래 숨겨놓은 초콜릿도 찾아내 다 먹어버려서 누나 심장이 떨어질뻔 한 적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혼내고 꾸짖다가도 조심스럽게 누나의 눈치를 보다가 뽀뽀하고 애교를 부리며 넘어가려는 너의 모습에 항상 혼내는것에 실패해 웃어버리고 말았지.
우리 둥이 때문에 항상 쓰레기통이 있는 배란다와 화장실 문을 닫아놓아야했고 식탁위엔 아무런 음식도 올려두고 나갈수가 없었다.
새해가 되면 우리 가족들은 자주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마다 우리 둥이를 몰래 숙소로 데려가느라 007작전을 찍었다.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고 숙소로 다시 돌아오면 피곤함에 못이긴 너는 식구들중 항상 가장먼저 기절하듯 잠에 들었지.
중국여행을 갔던 날엔 어쩔수 없이 너를 이모집에 맡겨놓았는데 하염없이 창밖을 보며 울기만 한다는 너의 소식에 여행내내 마음이 안좋았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온날에 원망한점 없는 해맑은 얼굴로 식구들 한명한명 냄새를 맡으며 뽀뽀해주고 뛰어다니는 너를 보며 피곤함이 잊혀지는듯 했다.
어딜 다녀오면 항상 우리 아가가 집에서 반겨주는게 너무 좋았고 그렇게 누나에게 어딜다녀왔냐며 화내듯이 짖다가도 옆에 껌딱지처럼 딱 붙어있는 네가 사랑스러웠다.
피아노 연습을 할때는 분명 시끄러울텐데도 기어코 누나 옆에 붙어있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결국 연습하던 누나 무릎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폐달을 밟지도 못한채 연습을 했었지.
잠이 많은 누나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서 방으로 찾아와 아침인사를 해주고, 그래도 일어나지 않는 누나 옆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오후늦게 눈을 뜨면 잘잤냐고 뽀뽀를 해주고 꼬리를 살랑거리던 둥이야, 그 순간이 그시절 나에게 잊히지않을 최고의 행복이였다.
바쁜 학창시절이 지나고 대학생이 되었을땐 이제 우리 아가 산책도 많이 해주고 더 잘 돌봐주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너는 노화가 시작되어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백내장이라는 말과 함께 이제 눈이 보이지 않을거라는 의사의 말에 가족들은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지만, 네 스스로가 너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꿈에도 모른채 너는 백내장 진단을 받은날에도 마냥 해맑았지.
눈이 점점 탁해지고 점점 보이지 않게되고, 한쪽 눈마저 잃게된 너는 냄새로 식구들을 알아보고 이전과 똑같이 반겨주었다.
영문도 모른채 몇번이고 사라진 누나가 일년뒤에 갑자기 나타나도 원망한점 없는 모습으로 다시 사랑해주었으며, 나이가들어 제대로 거동도 못하고 네뜻대로 몸을 움직일수 없었어도 너의 마음은 변함없이 맑고 순수했다.
둥아, 우리 둥이는 이렇게나 순수하고 예쁜 아가니까 분명히 지금은 좋은곳에 갔을거라 믿어
그곳에서는 눈도 다시 보여서 몇년간 못봤던 세상도 많이보고, 아픈다리도 다 나아서 열심히 뛰어놀고, 이가 아파서 못먹던 맛있는 음식들도 많이 먹고, 좋아하던 풀냄새도 실컷맡으며 잘 지내고 있을거야
그 생활이 슬슬 지겨워지면 한번씩 가족들 보러와 둥아
20년동안 너로인해 정말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고 따뜻한 삶을 살았던 가족들은 행복했던만큼 너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지만, 우리모두 너를 다시 만날날이 올거라고 굳게 믿고있어
그땐 꼭 사람으로 태어나 우리 둥이 하고싶었던 모든 것들 다 하고 살수있도록 가족들이 열심히 기도할게
그때까지 좋은곳에서 잘 지내 우리아가
지금쯤 너는 너른 들판에서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 냄새탐험도 하고, 여기저기 가득 있는 맛있는 음식도 먹고 그러다 지쳐 포근한 어딘가에서 쉬고있을 것만 같은 상상이 드네..
학생때 민승이 집에 놀러가면 내가 무서워할만큼 큰 소리로 짖어서 날 놀래키던게 아직도 생생해.
마지막으로 흰둥이를 봤을땐 ,그렇게나 용맹하던 흰둥이가 이제는 정말 노견이 되었구나 싶어 참 속상했지.
사람 나이로도 적지않은 세월을 살아온 너인데도 여전히 아기같고 예뻤던 모습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우리 흰둥이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가족들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싶어서 많이 노력해준거지?
흰둥이는 내가 본 강아지 중에서 가족을 제일 많이 사랑하는 최고의 강아지니까 분명 그런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텼을거라 생각해.
이제 가족들 걱정 훌훌 털고 편히 쉬길 바랄게.
그동안 민승이누나 지켜줘서 고마웠어 흰둥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