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 | 카발리에킹찰스스페니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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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 14 kg |
나이 | 8 살 |
보호자명 | 이*진 |
무지개다리 건넌 날 | 2023-12-15 |
봉자야, 오늘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갑자기 니 생각이 나면서 공황장애가 오려고 하더라.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다시 도지나봐. 너도 없는데 잘 이겨내야지. 니가 없어서 재발한 건가. 발작이 올까봐 격투기 영상, 액션영화, 아무 거나 막 닥치는대로 보고 있어. 이상한 기분에 빠지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어. 보고 싶다, 이 개눔시키야. 우리 봉자 이눔시키 너무 보고 싶어.
아직도 니가 가던 날이 생각난다. 퇴근해서 널 불러도 나를 반기며 나오지 않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도 어떻게든 나를 맞아주려고 일어서며 버둥버둥 하다가 푹 쓰러지던 모습, 바닥에 흥건한 오줌, 가쁘게 내쉬는 숨. 나와 눈을 맞추지 못하고 늘어져서 거칠게 숨만 쉬던 니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 응급실로 달려가는 차안에서도 너는 힘겹게 싸우고 있었지. 병원에 도착해서 입원하고 수액을 맞고 엎드려있는 너에게 "아침에 올께"라고 인사를 하는데 나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더라. 그 느낌이 너무 섬뜩하고 이상했지만 아침에 정밀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으면 다시 건강해질거라고 생각했어. 참 내가 바보였어. 넌 이미 혼자서 마지막 삶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힘겹게 몸부림치고 있는 건데. 아침이 되자 니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렇게 넌 네 시간만에 떠났지. 어떻게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이렇게 떠날 수가 있어? 뭐가 그리 바빠서 그리 급하게 갔어? 백수가 할 일이 뭐가 있다고?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은 내가 퇴근하기 전에 가버렸으면 얼마나 더 허무했을까 생각해. 그건 더 끔찍해. 상상하기도 싫어. 내가 집에 올 때까지 힘들게 버텨줘서 고마워. 근데 너무 보고 싶다.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다.
봉자야, 니 사진이 들어있는 하드디스크가 날아갔어. 너도 어이없이 갔는데 니 사진도 어이없이 잃어버렸어. 그래서 어제 파일을 살려보려고 난리치다가 너 보러 오지 못했어. 옛날 오락실 게임을 해볼까 하고 다운받았다가 다른 파일을 몽땅 날려버란 거 같아. 이젠 너 보고 싶어도 사진으로도 못 봐. 니가 떠난지 딱 백 일 째에 이런 일을 당하니 진짜 복장이 터지네. 울 이쁜 봉자를 못 보다니. 그래도 넌 언제나 내 맘에 있을 거야.
봉자야, 오늘 새벽에 니 꿈을 꿨어. 너랑 나랑 서로 모르는 사인데 우주 공간 어딘가에서 만났나봐. 니 모습이 처량해 보였어.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니 몸이 차갑게 식어가면서 우주공간으로 천천히 떠돌아 다니더라. 갑자기 허탈한 마음에 힘이 쭉 빠졌어. 그런데 갑자기 얼굴에 뭔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어 벌떡 일어나서 불을 켰더니 바퀴벌레가 있더라고. 바퀴벌레랑 좀벌레까지 기어다녀. 청소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암튼 벌레 때문에 잠을 설쳤어. 바퀴벌레는 잡았어. 좀벌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