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짱구에게
짱구 안녕? 짱구한테 편지쓰는건 처음이네.
근데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건 너무 슬프고 쓸쓸하다.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털복숭이던 짱구가 생각이 나. 8개월 무렵에 왔는데 그냥 성체였지. 누나는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작은 새끼 강아지인줄 알았는데 우람하고 털 잔뜩 찐 짱구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 너무 좋았는데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몰라서 우리집에 온 첫 날 밤 짱구가 누나 침대 위에 올라오고 싶다고 하던 걸 안 된다고만 했었지. 이렇게 맨날 엄마랑만 잘 줄 알았으면 그때 그냥 침대에 올려줄걸 그랬어. 산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맨날 여기저기 힘으로 끌고 다니고 산이며 계단이며 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너를 뭐가 그렇게 귀찮고 힘들다고 자주 안 나갔을까 한 번이라도 더 나갈 걸 너무 후회가 돼. 짱구가 없으니까 집이 너무 적막하고 쓸쓸해. 그렇게 커다랗고 근육빵빵하던 왕티즈가 어느 순간부터 밥도 잘 못 먹고 물도 잘 못 마시고 어느 새 뼈만 남아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 하필이면 입 안에 그런 못된 병이 생겨서 그렇게 좋아하던 간식도 못 먹고 그렇게 산책을 좋아하던 짱구 다리에는 근육도 다 빠져서 두 다리로 서 있는 것도 힘들어 하고 산책 중에 자꾸 넘어지던 모습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어. 지금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겠지? 친구들도 많이 만나서 놀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즐겁게 지내고 있으면 누나가 잊지않고 꼭 다시 우리 짱구만나러 갈게.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까?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우리 짱구 너무너무 보고 싶어. 누나는 짱구랑 같이 지내던 13년이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는데 짱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짱구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나의 첫 반려견 짱구야. 우리집에 와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이제는 곁에 없지만 절대 잊지 않을게. 이 편지를 짱구에게 전할 순 없겠지만 이 마음만큼은 꼭 짱구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짱구야 정말정말 고마워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